오랜 잠에서 깨어난 나는,
누군가의 어깨 위에 짊어져
땅 위를, 돌 짝 밭을, 언덕을
질질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내 무게를 못 이겨
수 없이 쓰러지고,
수 없이 넘어지고,
그런데도 그는
'나'라는 힘겨움을 놓지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
나는 땅 위에 박히고,
그는 양 팔을 벌린 채
내 위에 올라갔습니다.
고함 소리가 들립니다.
"왕이여. 거기서 내려와
너를 구원하라!
다른 이를 구원한 이여,
거기서 내려오라. 왕이여."
그러나 그는, 아무 말 없이
'나'라는 고통에서,
'나'라는 수치에서,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다시 어느 순간, 내 온 몸은,
그가 흘리는 붉은 액채로
흥건히 젖어
그가 나인지, 내가 그인지
알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나를 지고, 내게 매달려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나도 그를 따라 깊이 깊이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예수여, 나사렛 예수여...
나는 당신의 수치입니다.
나는 당신의 힘겨움입나다.
나는 당신의 고통입니다.
친구여,
가장 높은 곳에 있던 나의 친구여,
나는, 당신이 힘겨워도 놓지 않았던,
나는, 당신이 고통이어도 마다하지 않았던
당신이 지고 간, 당신이 매달렸던
그 언덕 위, 그 나무,
당신을 위해 아무것도,
생각 조차도 할 수 없었던
그 해골의 그 십자가입니다...
사랑이여, 절대 至高 사랑이여.
영원히... 영원히...
모든 이의 노래를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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