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의 정원사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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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정원사이고 싶습니다.
Level 10   조회수 2358
2002-04-15 06:28:11

♧ 나는 당신의 정원사이고 싶습니다 ♧


나에게 당신은
짙은 꽃 내옴 담은 아카시아 나무입니다.
당신과 함께 나누는 작은 속삭임
그 하나 하나에는
삶을 지쳐하는 내 가슴을 어루만지는
평온의 향기가 담겨 있습니다.
 


작은 실바람
그 바람으로 젖어오는 당신의 향기는
내 영혼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채
내 안에 숨쉬고 있는 세미한 신음소리마저
고요히 잠들게 합니다.
 


내가 아무 때라도 내 자신이 힘겨워
이름 모를 길 한 모퉁이에 서 있을 때
내 눈가에 당신을 떠올리면
당신은 어느새 넓은 아카시아 둥지되어
나를 편안히 기대 웁니다.


내가 기대앉은 그 자리
내 얼굴 위로 당신이 조용히 떨구어 준
작은 잎사귀 하나는
너무도 오래 되어
왜인지 이유조차 잃어버리고 찾을 수 없는
내 작은 눈물 하나를 살며시 닦아주며
미소 짓게 합니다.


그래요
당신은 나의 아카시아 나무입니다.
나는 언제까지든 당신 곁에 머물며
바뀌는 계절의 모든 순간들마다
당신을 곱게 가꾸고 지켜주는
정원사이고 싶습니다.


이면
당신이 피어낸 꽃들의 향기를
조용한 샛바람 되어 자랑하고 싶습니다.
어느 누구도 노래하지 못한
당신을 향한 나만의 노래로
당신의 향기를 자랑하고 싶습니다.


여름이면
뜨거운 땡볕 속에 그 가지 마르지 않도록
시원한 샘이 되어
아름다이 당신의 목마름을
지키고 싶습니다.


그래서 당신과 내가 하나되어
만들어 낸 그 그늘로 삶에 지쳐하는
생이라 불리는 모든 존재에게
쉼이 되어 주는 기쁨을
당신 가슴에 안겨주고 싶습니다.


가을이면
당신이 떨구운 잎새
하나 둘 쓸어 모아
그 위에 당신을 위한
작은 시편을 쓰고 싶습니다.


하늘이 허락한 내 가슴,
하늘이 허락한 내 언어로
당신의 삶이, 당신의 존재가,
당신의 모든 것이
내 시의 이유가 되었음을
적고 싶습니다.
 


겨울이면
세찬 바람으로 벗기운 당신의 메마른 몸을
당신을 향한 내 영혼의 뜨거움으로
내 가슴에 고이 품고 싶습니다.


당신에 돋아난 가지에 찔려
내 온 몸에 붉은 액체를 모두 다
쏟아낸다 할지라도
그래서 내 영혼만이 남아
당신을 지켜준다 할지라도
당신에 돋아난 가지에 아픔들을
내 영혼과 가슴에
고이.. 고이.. 품고 싶습니다.
 


그래요
나는 언제까지든 당신 곁에서
내 모든 것을 함께 하는
또다른 모습의 당신이고 싶습니다.


내가 당신과 함께 하고픔은,
내가 또 다른 모습의 당신이고픔은,
당신이 내게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나에게 당신은
내 숨결의 이유이며
내 살아 있음의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당신의 청초한 영혼을 가꾸는
정원사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청초한 영혼 속에서
또다른 모습에 당신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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