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그러게요...

쉬어 가는 그루터기

글보기
Re.. 그러게요...
Level 10   조회수 1476
2005-09-05 04:34:38
태풍의 영향으로 뒤곁 대나무 숲이 바람에 수난을 당하고 있는 오후를 살아갑니다. 그래도 오후의 뙤약볕은 따갑기만 하고, 바람에 낭창한 허리를 반쯤 꺽이듯, 넘어졌다 일어나는 바람의 아우성은 소음으로 들립니다. 어머니 수술 잘 되길 기도할께요. 요즘은 중보기도에 열을 내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기도하고 나면, 속안으로 드는 생각들이 스스로 대견하다 이런 흐믓함이 들어서 겸손이 빠진 것 같아 잘하고 있는건지, 마는건지... 아무튼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저건 지 스스로 뿌듯해 해서, 내가 줄 복은 없다 이러시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주변에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이 몇 있어서 그들을 향해 중보를 하고 나면 제 스스로가 더 은혜를 받는다는 이야기 입니다. 집안에 아픈 분이 있으면 남은 가족들간이 결속력이 대단해지는 걸, 몇 해전 오빠가 아프고 난 후 느낀 것입니다. 온가족이 하나되어, 오빠를 간호하고 마음을 합치니, 걷지 못할거라는 의사의 진단도 넘어서더군요. 이럴때는 가족이 주는 위안이 얼마나 큰지 아는데, 전 가족들은 늘 있는 자리에 있어 주니깐 하는 안도감에 항상 무심한체 지냅니다. 동기부여... 전, 그냥 신변잡기를 주변인들에게 얘기하는걸 좋아하니 그저 글이라고 할 수도 없는 잡담이려니 하니 글을 꼭 써야 겠다는 큰 동기부여는 필요치가 않는 것 같단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굳이 말하자면, 요즘처럼 조석으로 찬바람이 귀밑으로 흐를때, 밤 풀벌레 소리가 그윽해질때, 턱없이 높이 올려다 봐야 하는 위로 구름이 목화송이처럼 떠 있을때, 집앞 길섶으로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피어나 자태를 뽐내고 있을 때, 나락이 익어가고, 고개를 숙이고, 녀석이 노란 옷감 옷을 입을 때, 밤도 감도 익어갈 때, 요약하면 가을이 되면 누군가에게 뭔가 열심히 써대고 싶고, 속내에 있는 이야기들을 쌓아 두지 못하고 터트려야 직성이 풀리고, 여름 동안 묵혀 둔 일기장에 지지부리한 감정들을 써올리고... 가을이 되면 계절의 변화에 민감해져서 키보드에서 글자를 많이 만드는 버릇은 있는 것 같습니다. 모모 게시판에 가봐도 대게 가을에 써둔 신변잡기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서요. 요즘 소식지를 만들고, 각 교회에 편지를 보내느라고 컴 앞에 많이 앉았더니 눈이 시큰거립니다. 뭐든 적당한게 좋은데....가을이 되면 쓸데없는 글자가 늘어나서 걱정입니다. 오늘처럼 말이죠. 여러모로 집안일로 신경이 많이 가실텐데, 예플은 금방 제자리를 찾기란 어려울 것 같단 생각을 합니다. 또한 앞으로도 그럴지도 모른단 생각도 드네요. 지금까지 이렇게 와준것만 해도 좋은 인연들의 노력 때문인데.... 요즘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집사님이 하늘깃에 놀러 나와 내 사는 모습을 보면서, "에그...저거 잘 사는줄 알았더니 겨우 저것 밖에 못사나? 속내가 밝고 환한 줄 알았더니 것도 아니네, 실망이다... 할머니들께 저렇게 버르장머리 없이 굴구나...또 실망이다" 이러실 것 같아서 가끔 하늘을 올려다 보곤 합니다. 가을은 생각까지 늘어나서 ...걱정입니다.
댓글